- <기고>산업도시 여수, 화상전문병원 건립 절실
![]() |
여수시의회 민덕희 의원 |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분, 화를 피하지 못해 돌아가신 분, 불을 진화하는 중 안타깝게 순진하신 소방관님들을 바라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애도의 마음과 더불어 여수시민이자 의원으로서 “재난” 앞에 무력하기만 했던 몇 건의 여수산단 폭발· 화재 사건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 여수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단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부모님과 자식들이 다니는 일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2013년 6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를 낳은 대림산업 폭발 사고 이후 큰 사건이든 작은 사고든 산단 내 안전 문제가 보도되면, 내 가족의 일처럼 놀라운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특히, 화상으로 인해 치료 중 또는 이송 중 숨졌다는 기사나 보고를 접하면, 근처에 큰 병원이나 전문병원이 없어,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이 아닌지 하는 자책과 같은 물음이 따라다녀, 늘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 중증화상 통계에 따르면 전남권에서만 연평균 250명 이상의 중증화상 환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특정 지역”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화상발생시 ‘골든타임’인 1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화상전문병원’ 또는 대형 병원으로 이송할 수 없어, 결국 전국에 단 2곳에 있는 화상전문병원을 가기 위해 서울로 부산으로 2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하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엄중한 현실이다.
따라서, 만만의 안전조치를 하더라도, 여수국가산단과 같은 대규모 산업시설에서는 화학물질 폭발이나 화재로 인한 중증 화상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 상황에 대비하고, 중증화상 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는 전문의·전담 간호사·전용 무균치료실·중환자실을 모두 갖춘 ‘실질적인 화상전문병원’이 꼭 필요하다.
더불어, 이러한 의료 인프라는 단지 재난 대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료관광 산업 활성화와도 직결될 수 있다. 우리 여수는 이미 천혜의 자연경관과 관광 인프라를 갖춘 도시이다. 여기에 화상치료 및 성형 재건 치료, 심리·사회적 장기 재활프로그램, 의료-웰니스 연계 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다면, 국내외 환자 유치와 함께 고부가가치 의료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13년 대림산업 폭발사고 이후 정치권의 지지와 전남대학교의 협조로 전남대 국동캠퍼스에 병원 설립이 추진되었지만, 순천에 이미 산재전문병원이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의 반대와 막대한 비용 문제로 무산되었었다. 그 후 12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어떠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제34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문화하고 있으며, 이는 곧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음을 뜻한다.
해외 주요 선진산업국가들은 이미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전문화된 외상·화상치료 시설을 배치해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대형 공장지대나 정유시설 인근에 ‘레벨 I 트라우마센터’ 및 ‘검증된 화상센터’를 조성하도록 권장하고, 독일 역시 산업단지 밀집 지역 주변에 ‘BG Klinik’이나 특수 화상센터를 운영하며, 현장 구급체계와 병원의 응급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제도화해 놓았다.
12년 전부터 제기되어 온 화상전문병원 설립을 단순히 병원을 한 곳 더 짓는 문제가 아니다. 산업도시 여수의 지속가능한 발전, 시민 생명권 보장, 의료복지의 형평성 확보, 그리고 의료산업 기반 조성을 통한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라는 다면적 의미를 지닌 전략적 투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끝으로, 국민을 섬기는 대한민국 헌법정신과 해외 사례를 잘 참고하여, 여수시 차원에서 부지 선정, 예산 마련, 전문 의료기관 유치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로드맵을 시급히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웹마스터 yeosu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