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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부르는 치매, 알코올성 치매

기사승인 2024.09.11  11: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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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 칼럼 138.

김현경 이화내과의원 원장

추석입니다. 고향을 찾아 헤어졌던 가족이 만나고,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됩니다. 긴 연휴 동안 다양한 식사 모임들을 하다보면 술을 마실 수도 있습니다. 기분 좋게 술자리를 마치고 헤어지면 좋겠지만, 과도한 음주은 늘 문제를 일으킵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전날 밤 기억의 일부가 사라지거나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는 소위 ‘필름이 끊긴다’는 블랙아웃 현상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과음 후에 종종 경험하곤 합니다. 대부분 이 블랙아웃을 과음 때문에 생긴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를 반복해서 경험한다는 것은 알코올에 의해 뇌손상을 입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닙니다.

알코올성 치매

치매는 보통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지속적으로 과다한 음주로 생기는 것이 때문에 젊은 층에서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나이가 어릴수록 진행 속도가 빠르고, 방치 시 짧은 시간에 노인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서 유의해야 합니다.

알코올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속 해마세포의 활동을 둔하게 만들어 기억 형성을 방해합니다. 술을 마신 후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가물가물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알코올성 치매란 과도한 음주로 인해 기억력을 비롯해 광범위하고 다양한 인지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서 기능 장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에 문제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조금씩 자주 마시는 음주는 중독성을 가져 좋지 않지만, 폭음은 이렇게 뇌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일시적 기억 끊김 현상을 나타나게 만들고 그런 현상이 되풀이 되다 보면 알코올성 치매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른 치매와 달리 환자가 술을 끊고 6개월이 지나면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많이 진행한 상태이거나 중증이면 회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금주가 중요합니다.

알코올성 치매의 주요 증상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잦은 블랙아웃입니다. 폭음하고 난 뒤 블랙아웃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전날 누구와 어디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은 기억력 장애를 경험한다면 이 또한 알코올성 치매의 증상이라고 봐야한다. 처음에는 블랙아웃을 대수롭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증상이 반복되면 해마의 신경세포 재생을 억제해 뇌 손상을 가져오고, 치매로 발전 할 수 있습니다.

만성 알코올 의존 환자들 대부분은 부분적인 뇌 손상과 인지기능 저하를 보입니다. 인지기능 중 특히 건망증, 정신운동 지연, 고집증(preservation), 주의력 저하, 지남력 장애 등이 흔히 관찰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알코올에 의한 신경독성은 뇌의 전 영역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언어적 기억과 수행 기능의 장애가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코올성 치매가 진행되면, 업무 수행능력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됩니다. 기억력 감퇴로 인해 중요한 업무 일정을 까먹거나, 미팅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또한 단기 기억장애가 생기면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고 심하면 사라진 기억을 대신하여 기억을 채워 넣는 작화증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성격변화가 나타나는데, 평소에 순하던 사람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집이 세진다거나 남의 말을 듣지 않고, 폭음하고 나면 폭력성이 드러나 사람을 때리거나,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부수는 등 격한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과 치료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은 술입니다. 알코올 과다섭취로 인해 뇌의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에 손상을 입혀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성 치매 환자의 뇌를 CT 촬영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몸의 균형과 운동을 유지하는 소뇌에도 위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성 치매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금주입니다. 또한 알코올성 치매가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블랙아웃 되는 증상이 자주 있다면 절주하고 병원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음주 습관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식사나 안주를 먹지 않고 술만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비타민 B 결핍이 더욱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음주 시 물을 자주 마시고, 과일, 채소 등이 함유된 안주 및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폭탄주처럼 술을 섞어 마시는 습관도 지양해야 합니다.

혼술, 한두 잔은 정말 괜찮은 걸까?

예전에는 하루 1~3잔 이하의 소량 알코올 섭취는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고, 치매의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량의 음주라도 지속하는 경우나 음주량이 많을수록 뇌의 용적(volume)이 감소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즉, 알코올의 섭취는 소량이라도 뇌 신경세포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가능성이 있고, 그 정도는 섭취량에 따라 증가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술을 마셔야 잘 수 있어서 시작하지만, 결국 술이 없으면 못 자게 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잠이 안 오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 잔씩 혼술 하게 되는 경우 오래되면 불면증이나 불안 증세가 더 악화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데스크 yeosu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여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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